태헌이를 본 순간 첫 느낌은?
"짜아식 엄마 속 좀 썩이겠구나" 였습니다.
중학생인데도 불구하고 헤어스타일이 아주 독특합니다.
짧은 스포츠 머리 스타일인데 머리 양 측면을 빙 둘러가면서 파내듯 깍아 낸게 영화에서나 봄직한 헤어스타일입니다.
이런 태헌이 모습을 본다면 누구라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겁니다.
지난 달 부터 이번 달까지 안경과 콘택트렌즈 구매 금액은 대충 20만원 선,
거금들여 산 만큼 잘 착용하면 좋은데 상황은 그와는 정 반대로 전혀 쓰질 못한답니다.
그 이유는 안경이 코에 얹혀지는것 자체가 싫다는 겁니다.
코에 안 대이는 안경, 솔직히 불가능하죠.
태헌이의 얼굴 형은 서구인과 비슷한 원통형, 거기다가 콧등이 높습니다.
이런 얼굴형에 금속 안경테는 코 언저리에 자국이 많이 생겨 불편하고 눈과 안경 사이 거리가 멀어져 안경이 붕 뜬것 같아 불안정한 느낌이 듭니다.
위 2가지를 해결하고자 찾아왔다는 태헌이, 시간을 두고 태헌이 얘기를 경청했습니다.
처음엔 "브릿지 간격 넓은 뿔테면 좋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뿔테는 콧등에 자국이 생겨서 싫답니다.
무조건 콧등을 피해 무게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가벼운 안경테만을 찾아 달라는데 참 난감하기 그지 없더군요.
저렴한 제품 위주로 보여 주다가 결국 코펜하겐 안경테에까지 레벨이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안경테 레벨이 업그레이드 될수록 어머니 주머니 사정은 궁핍해지죠.
코펜하겐 아이즈 안경테가 이 아이가 원하는 조건을 최대한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디자인건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렌즈를 끼워놔도 가볍습니다. △ 패드암이 스트레이트 형인지라 양측면으로 휘어주면 코 언저리에 코 패드가 위치합니다.
△ 코 패드가 작아서 피부에 직접 대이는 면적이 좁습니다. △ 디자인이 예쁩니다.
피팅 후 착용해 본 결과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격, 어머님께 렌즈 포함해 예상 견적을 얘기하니 뒤로 까무라치죠.
자식 이길 부모 없다고 결국 맞춰 주기로 했습니다.
시력검사 받는 동안 어머님과 잠시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안경 때문에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는 군요.
가정 형편상 고가의 안경을 해 줄 여유가 없는데 아이를 위해 어쩔수 없노라고 한숨짓는 어머니를 보노라니
안경 팔고 죄인된 기분을 떨쳐 버릴수가 없더랍니다.
고민에 고민을 연거푸 하던 중 어머님과 눈 빛이 딱 마주쳤는데 저도 모르게 이런 소리가 나오더군요.
"손해 볼 수는 없고 노마진 수준에 드리겠습니다"
감상적 사고와 그 감상적 사고의 노예인 주둥이가 또 한번의 사고를 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시력검사 마치고 나오는 태헌이에게 몇 마디 해 줬습니다.
"엄마 속 상하게 하지 마라. 이번엔 안경이 다소 불편한 점이 있어도 참고 써, 그리고 헤어스탇일이 꼭 동네 노는 애들 같은데
호기심에 한번 해 본거라며 이번이 마지막이면 좋겠다."
얌전하게 '예'라고 대답하는 태헌이를 보니 "이놈 착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희가 주력으로 판매하는
인터로조사 모닝큐 콘택트렌즈 한조를 선물로 줬습니다.
일요일 날 오후 3시에 방문해 찾아갔습니다.
"아저씨 이번 안경은 처음 쓴 순간 부터 너무 좋아요"
"그래 다음에도 지금 처럼 혼자 찾아오고 콘택트렌즈 필요하면 아저씨 찾아오렴"
태헌이를 다시 볼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음에 본다면 헤어스타일 만큼은 평범한 학생처럼 바뀌어져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 안경 도수
- 우안 : -5.50-0.75
- 좌안 : -5.00-0.75
2. 사용 안경렌즈 : 굴절률 1.67 초고굴절 렌즈
3. 렌즈 가공기기 : 미스터 불루
4. 초점설계 : 칼자이스 rvt터미널
콧등을 피해 양측면으로 피팅된 코펜하겐 안경테
렌즈 포함 약 12그램입니다.
무척 가볍죠.

댓글 없음:
댓글 쓰기